마음이 통했으면 좋겠어, 방과후괴이연구회

　하화도夏花島
　동해 남서부의 인공섬. 면적은 1,784㎢로 제주도에 준한다. 대한민국의 다국적 기업 ‘하이온(HighOn)’과 일본의 자연과학종합연구소 ‘스이(翠, SUI)’가 맞춤형 교육을 통해 신세대 인재를 육성하는 협업 프로젝트 《드림 필드(Dream field)》를 위해 1992년 착공에 돌입해 2004년 완공되었다.
　핵심 시설은 섬 중앙에 위치한 정토국제학교. 학교 인근은 교육 단지로 지정되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재학생 및 관계자 외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교육 단지 바깥은 과학 상상화 그리기 대회에서나 볼 법한 근미래 도시의 풍경이다(교육 구역이 후지다는 게 아니다). 높은 빌딩과 어우러지는 녹지,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교, 상용화된 자율주행 자동차나 드론 택배까지 단순 경관만으로 찾아올 가치가 있어 관광지로서의 명성이 높은 편. 인프라 또한 상당히 발전해 없는 게 없다. 아무리 그래도 섬에 이것까지는? 대부분 있다. 방문객마다 ‘신세계에 온 것 같다’는 게 주된 평.

　정토국제학교淨土國際學校
　2012년 4월 개교한 국제학교. 매년 한국 또는 일본 국적을 가진 지원자를 대상으로 전형별 입학 시험을 거쳐 입학생을 선발한다. 드림 필드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 및 인가받았기 때문에 커리큘럼이 독특한 편. 교육 과정이 바뀔 때마다 학생이 학습 전형을 선택하고, 전형에 따라 학습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다.
　학습 전형은 일반 전형, 심화 전형, 특별 전형으로 나뉜다. 일반 전형은 일반적인 학교와 같다. 거의 보통의 인문계. 심화 전형은 선택한 인문 과목 한 가지를 타 과목보다 심도 있게 학습한다. 대학의 전공 개념과 유사하다. 특별 전형은 미술/체육/음악 중 하나를 전공해 분야별 집중 교육을 받는다. 한 학교에 일반계, 특성화, 특수목적이 전부 섞였다고 보면 될 것이다.
　편의상 교육 과정에 따라 정토초·중·고등학교로 칭하며 반은 1반(일반 전형), 2반(심화 전형─문과), 3반(심화 전형─이과), 4반(특별 전형─미술), 5반(특별 전형─체육), 6반(특별 전형─음악)으로 나뉜다.

　학년은 초등부 과정부터 누적되는 방식이다. 전학생의 경우 기존 학년을 치환해 적용한다(중학교 2학년→ 8학년). 학기 중 전학은 불가능하며 입학 시험 시기에 자신의 학년 수준에 맞는 입학 시험에 응시하도록 한다.

　학기는 대략 1학기 4~8월, 2학기 9~12월, 3학기 1~3월. 방학에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마저 본교의 폭 넓은 지원으로 본가가 교육 단지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 섬을 떠나는 학생은 드물다.
　수업 일정에 포함되는 창체동아리는 ‘부활동’, 자율동아리를 ‘동아리’라고 한다. 부활동에는 ① 학생회 ② RCY ③ 문화부(방송부, 합창부, 도서부, 교지편집부, 연극부, 밴드부, 댄스부, 또래상담반, 제과제빵부 등) ④ 운동부(육상, 농구, 배구, 야구, 탁구, 배드민턴, 축구, 유도, 검도, 궁도, 테니스, 수영) ⑤ 귀가부가 있으며 필수 가입한다. 추가 날조 가능.

　교복은 동하복 통틀어 회색 기반에 물 빠진 푸른색 체크 무늬로 포인트를 준다. 심미성을 추구해 생활복이 없는 게 흠이라면 흠. 대신 체육복 착용이 자유롭다. 전원 기숙사제로 2인 1실을 사용한다. 학교 건물에 거주할 수 있는 것은 학생뿐이기 때문에 22시 이후에는 선생님들이 계시지 않는다. 이 시간 이후로는 사유 불문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다. 학생 본인의 출입은 자유. 배달 음식은 정문 밖에서 받도록 하자.

나이(한국)	학년	과정
8세	1학년	초등부
9세	2학년
10세	3학년
11세	4학년
12세	5학년
13세	6학년
14세	7학년	중등부
15세	8학년
16세	9학년
17세	10학년	고등부
18세	11학년
19세	12학년

　본론은 여기부터다.

　괴이
　정토국제학교에는 설립연도부터 갖은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돌았다. 전부 도시 전설 속에나 존재할법한 일들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목격된 이상 현상, 물건, 초자연적인 존재를 통틀어 ‘괴이’라고 부른다. 괴이의 특징은 목격 또는 체험담이 풍문으로 떠돌 뿐 실질적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진실은 약간 다르다. 괴이의 피해자는 없는 것이 아니라 사라졌다. 세계의 기억 속에서 잊혔다. 괴이에 의해 사망하거나 실종되면 처음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되는 모양이다. 그가 존재했던 흔적, 예컨대 출석번호, 교복, 이름 같은 것들은 분명히 남아 있지만 그것을 보고 그 사람을 연상해내지 못한다.

　방과후괴이연구회(2016~)
　그러나 이 망각을 비껴간, 실종된 사람들을 기억하는 소수가 존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토국제고등학교 고등부 재학생이면서 괴이에 휘말려 존재 말소된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
　서로의 존재를 파악한 이들은 괴이를 탐구해 실종자가 망각되는 이유를 밝히고 추가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자율동아리 《방과후괴이연구회》를 창설한다. 설립연도부터 고문 교사는 문학의 아카하기 사에(정연향). 진상을 알 리 없는 학생과 선생들에게는 떡잎방범대를 자처하는 평범한 오컬트부로 통하는 모양이지만…… 뭐.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초기 활동은 지지부진했으나 2020년 여름 컴퓨터실 19번 자리에서 ‘괴이 대응법’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정체불명의 사이트를 발견하며 큰 진전이 있었다. 기재된 방법을 토대로 특정 괴이들을 대처하거나 몇몇은 무력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방과후괴이연구회는 해당 사이트를 본떠 자신들만의 사이트를 구축했다. 사이트는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운영된다. 첫째, 괴이가 얽힌 사건을 제보받아 가능한 해결한다. 둘째, 해결한 내용을 토대로 괴이 도감을 작성한다.

　마지막 숨겨진 셋째, 이러다 보면 언젠가 잃어버린 사람들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말하지 말자.

　누군가는 분명 울어버릴 테니까.

　* 이때 대상은 본교의 재학생 또는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시간대에 학교 부지 안에 머무르던 누군가(학생의 부모, 강의차 방문한 외지인, 가지각색의 사유로 지나가던 거주민 등)여야 함